며칠 전 동아일보에서 ‘[책의 향기]“빅테크의 ‘인류 구원’ 상상, 실현 못할 공상”’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에반 라이트의 신작 ‘빅테크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를 리뷰하며, 실리콘밸리의 기술 구원주의가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평소 펄서스 형사 테크를 주로 다루는 나지만, 이 내용은 단순히 기술 트렌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기술에 기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문제는 빅테크가 제시하는 ‘인류 구원’ 서사가 대개 매출 신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델 테크놀로지스의 최근 행보를 보면, 8조 원을 기부한 뒤 13조 원 규모의 정부 계약을 따내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있다. ZDNet 코리아 기사는 이를 ‘트럼프 수혜’로 분석하는데, 기부가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진 정황을 의심케 한다. 기술 기업의 사회 공헌이 진정한 altruism인지, 단순한 로비의 일환인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취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의 기부는 항상 ROI를 계산한다”며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기부조차 못 하지만, 빅테크는 기부로 더 큰 수익을 얻는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이는 델 사례가 결코 예외가 아님을 시사한다.
단계 1: 기술 구원 서사의 프레임을 깨라. 우리는 ‘인공지능이 암을 정복한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없앤다’는 거대한 약속에 쉽게 매료된다. 하지만 라이트의 저서는 이러한 약속들이 실제로는 기업의 주가 부양과 시장 선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 프로젝트는 가상 세계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이는 결국 로봇 자동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연합뉴스의 테크톤노트에서도 이 프로젝트의 상업적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나는 최근 한 로봇 스타트업의 데모를 참관했는데, 그들은 “아이작 심을 사용하면 개발 시간을 70% 단축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실제 공장에 적용하려면 현장 데이터 수집과 센서 보정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은 빼먹었다. 기술의 ‘혁신성’은 강조되지만, 현실 적용의 복잡성은 은폐되는 것이다.
단계 2: 기술의 실제 성과와 마케팅 수사학을 구분하라. 코난테크의 ‘비전플로우’는 AI가 유리 너머 기계를 분석해 안내하는 솔루션이다. ZDNet Korea에 따르면 이 기술은 실제 공장 현장에서 설비 고장을 예측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AI 만능주의’로 포장되면 정작 현장의 복잡한 문제는 외면당한다. 나는 최근 한 스타트업 컨설팅에서 비슷한 사례를 봤는데, AI 도입을 검토하는 대표들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기초 데이터 정리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는 “AI가 불량률을 0%로 만들 것”이라며 공정 데이터를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결국 AI 도입은 실패했고, 그들은 “AI가 별로다”며 기술 자체를 탓했다. 이는 ‘기술 구원 서사’가 오히려 현장의 책임을 회피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는다.
단계 3: 기술 발전의 방향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개인의 데이터가 빅테크에 집중되는 현 상황에서 기술이 진정한 공공재가 되려면 시민의 참여와 규제가 필수적이다. 유럽연합의 AI법이나 한국의 데이터 3법 개정은 긍정적 신호지만, 여전히 기업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델의 사례는 기부금이 어떻게든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기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장치가 없으면, ‘인류 구원’은 결국 주주 이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데이터 기부’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개인정보를 무료로 수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부라면 세제 혜택을 줘야 하지만, 현행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며 “사실상 무상 데이터 수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술의 민주적 통제가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준다.
사실, 기술 구원 서사는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다.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과대광고가 난무했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업이 거품 속에서 사라졌다. 현재의 AI 열풍도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AI 프로젝트의 70% 이상이 파일럿 단계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AI 혁명’을 외치며 투자를 유치한다. 나는 작년 한 컨퍼런스에서 “AI가 의료를 혁신할 것”이라는 발표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병원의 데이터 표준화조차 안 되어 있었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결론적으로, 빅테크의 구원 서사는 신중히 의심해야 한다. 물론 기술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AI, 로봇, 클라우드 등은 분명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어떤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약속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이면에 어떤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는 종종 과대광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느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기술 구원주의’라는 프레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자들도 빛나는 기술 뉴스 앞에서 한 박자 쉬고, 그 서사가 정말 당신을 위한 것인지 되물어보길 바란다.